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176
전체:
5,020,824

이달의 작가
2009.07.29 13:23

당신의 봄

조회 수 388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의 봄



이월란(09/07/27)



애초부터 잊고 살았던 적막한 봄의 안부를 묻자면  
갓터진 새순 위로 성채같은 얼음꽃이 먼저 필 때면
이마 위의 신열처럼 봄이 올라
폭설 속의 꿈처럼 기적소리처럼 달려오던 봄
불현듯 봄이었어요
천지가 나의 귓불 아래서 공명하는
제풀에 물들고 탈색하는 세월의 봄
계절이 역류하는 꿈은 단지 빛의 유희였어요
빙하기의 정물화처럼 앉아
한숨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당신의 봄을 그렸죠
성급히 손 내밀면 온몸이 시려오는
나의 정수리엔 사계절 녹지 않는 피안의 눈이 쌓여 있어요
봄볕의 온기로 자폭을 기다리는 늦은 눈송이가
햇살같은 호르몬처럼 나를 지워가도
길 없이 찾아온 봄을 배웅하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기억들
어둠이 오기 전엔 읽을 수 없는
빙판길 위에서 수신되지 못한
봄빛의 소인을 맞고 날아간 편지들을 꺼내 보세요
난해한 봄을 한기로밖에 해독치 못하는
나는 끝나지 않는 겨울의 두 눈을 가졌어요
불안한 봄볕 아래 호들갑처럼 피는 꽃이 될까
극적인 환절의 장면은 결코 편집되지 않을지라도
나침반 없이 봄의 나이테로 방향을 트는 길목마다
당신의 파일 속에 미발표작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봄의 성곽을 쌓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는
저 북극성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당신의 봄이에요


기억하세요?
몇 번의 작은 겨울이 도사리고 있던 유타의 봄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724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723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722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721 날씨, 흐림 이월란 2010.05.30 393
720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390
719 사랑의 지도 이월란 2009.05.09 390
718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717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716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715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714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713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 당신의 봄 이월란 2009.07.29 388
711 아멘족 2 이월란 2010.01.07 388
710 그리운 자리 이월란 2010.01.29 388
709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7
708 손을 내밀어요 이월란 2008.05.09 387
707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6
706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