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44
어제:
751
전체:
5,048,424

이달의 작가
2009.07.29 13:23

당신의 봄

조회 수 389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당신의 봄



이월란(09/07/27)



애초부터 잊고 살았던 적막한 봄의 안부를 묻자면  
갓터진 새순 위로 성채같은 얼음꽃이 먼저 필 때면
이마 위의 신열처럼 봄이 올라
폭설 속의 꿈처럼 기적소리처럼 달려오던 봄
불현듯 봄이었어요
천지가 나의 귓불 아래서 공명하는
제풀에 물들고 탈색하는 세월의 봄
계절이 역류하는 꿈은 단지 빛의 유희였어요
빙하기의 정물화처럼 앉아
한숨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당신의 봄을 그렸죠
성급히 손 내밀면 온몸이 시려오는
나의 정수리엔 사계절 녹지 않는 피안의 눈이 쌓여 있어요
봄볕의 온기로 자폭을 기다리는 늦은 눈송이가
햇살같은 호르몬처럼 나를 지워가도
길 없이 찾아온 봄을 배웅하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기억들
어둠이 오기 전엔 읽을 수 없는
빙판길 위에서 수신되지 못한
봄빛의 소인을 맞고 날아간 편지들을 꺼내 보세요
난해한 봄을 한기로밖에 해독치 못하는
나는 끝나지 않는 겨울의 두 눈을 가졌어요
불안한 봄볕 아래 호들갑처럼 피는 꽃이 될까
극적인 환절의 장면은 결코 편집되지 않을지라도
나침반 없이 봄의 나이테로 방향을 트는 길목마다
당신의 파일 속에 미발표작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봄의 성곽을 쌓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는
저 북극성 속에 저장되어 있는 당신의 봄이에요


기억하세요?
몇 번의 작은 겨울이 도사리고 있던 유타의 봄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1 시를 먹고 사는 짐승 이월란 2009.08.13 332
730 시가 내게 오셨다 이월란 2009.08.13 442
729 처녀城 이월란 2009.08.06 407
728 마로니에 화방 이월란 2009.08.06 446
727 하지(夏至) 이월란 2009.08.06 286
726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5
725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3
724 견공 시리즈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이월란 2009.08.06 374
723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6
722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51
721 빛꽃 이월란 2009.08.01 275
720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4
719 통화 중 이월란 2009.07.29 319
718 오일장 이월란 2009.07.29 347
» 당신의 봄 이월란 2009.07.29 389
716 아버지의 뒷모습 이월란 2009.07.29 339
715 투명인간 이월란 2009.07.29 322
714 기도 이월란 2009.07.29 273
713 오려두기와 붙여넣기 이월란 2009.07.27 487
712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2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