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과 나 그리고 토비*(견공시리즈 8)
이월란(09/07/24)
神은 나를 운명의 집으로 데려왔다
난 생소하고 낯설어 두려웠지만 금방 적응했다
자칫하면 추락할 욕망의 계단이 집안 가득 있다는 것도
소파같은 적당한 높이에선 가볍게 점프하는 법을 깨칠수도 있다는 것도
내 눈높이론 가늠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가구들과
내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고귀한 물건들이 있다는 것도
또 그것을 가지고 노는 고매한 인간들이 있다는 것도
내가 만지거나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도
나는 도대체 알지 못하고 왔지만
神은 나를 굶기지도 않았고
사치스러운 복을 낭비하지도 않으셨다
먹을만큼 주시고 마실만큼 채우셨다
8인치의 눈높이에서 2파운드 14온스의 중력으로
거만한 눈빛 아래 지구 위를 살금살금 돌아다니며
먼지를 핥고 사타구니를 핥고 발바닥을 핥는 네 발의 순한 양
눈먼 목자의 피리소리를 따라가는 우매한 숭배자
토비도 나처럼 그렇게 우리집으로 왔다
* 애완견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