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뒷모습
이월란(09/06/25)
아버지의 얼굴은 늘 웃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의 주머니 속엔 우리가 다 쓰고도 남을 돈이 늘 들어있어야 했다
아버지의 다리는 온종일 걸어도 결코 휘청이지 않아야 했다
노을을 지고 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거기엔 젖은 두 눈이 숨어 있었고
빈주머니가 등짝 가득 달려 있었고
휘청이는 다리로 걷고 계셨다
따라가던 나의 눈빛이 자꾸만 흐려지던
따라가던 나의 고개가 자꾸만 떨어지던
따라가던 나의 걸음이 자꾸만 느려지던
앞모습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배어있어
그늘로 지은 집처럼 아른아른 멀어지던
아버지의 뒷모습 속에선
세상이 모두 돌아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