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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6.17 14:23

똥파리

조회 수 332 추천 수 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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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이월란(09/06/12)



술 마시듯 피와 살을 받아마시고 주정하듯 태어났네
어린 밥상은 엎어지고
총칼을 눈에 찬 아버지는 내 안에서 떨고 있는 엄마를 패네
머리끄덩이 잡힌 엄마가 칼맞은 누이와 함께 날아간 곳
머리 위로 뻥 뚫린 하늘, 하늘로부터
용역받은 목숨 깡패질로 날려도
엿같은 운명의 폭력 앞에 생짜로 가랑이를 벌리는 핏줄
세상 뒷간을 날아다니다 파리채에 피투성이가 되고서도
구타한 세상은 멀쩡한데
꽃잎처럼 으깨어져 눈물처럼 울고가는 저 도도한 한강
주먹으로 조롱해보는 불량한 세상 가득
철 잃은 눈비가 육두문자처럼 내리네
현지 직송한 활어처럼 날뛰던
그 어깨 위로



* 양익준 감독, 주연의 영화




<시작메모>

밥줄로 군림하는 운명의 폭력 앞에 육두문자 흉내를 곧잘 내는 소녀가장 고삐리의 무릎을 베고, 강물이 피눈물처럼 흐르는 한강변에서 똥파리 한 마리 사람처럼 울고 있다. 인간이 되어 울고 있다. 매일 술안주 삼아 출소한 아버지를 패고 마침내 손목을 그은 아버지를 들쳐업고 세상으로 달려간 그는 세상에 구타당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신에게 구타당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자, 나의 피를 다 가져가세요, 아버지. 우린 피가 너무 많아요. 아무리 때려도, 아무리 맞아도 멈추지 않는 피가 우린 너무 많이 흘러요. 안전장치가 풀려있는 그의 육두문자는 한숨과 사랑을 대언하는 하늘을 향한 기도였다. 암흑 속에 펼쳐 놓은 분노의 살풀이었다. 무거운 돌하나 먹먹히 얹혀진다. 가슴으로 만난 영화. 똥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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