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5
어제:
184
전체:
5,020,680

이달의 작가
2009.06.10 14:01

어둠의 입

조회 수 311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둠의 입



이월란(09/06/10)



빛의 포로가 되어 과업은 실패했다
대사는 끝났다
다음 무대의 배우들이 나의 옷을 벗겨가고 있다
가을나목처럼 나는 혐의를 벗고 있다
공식 없는 답들이 쌓여 있는 입 속으로
나를 부인하기 위해 해체된 나를 조립하면서
연민이 생길 때까지 나를 부정해 본다
고상한 정복자들에게 몸을 바치고
세속화되는 가슴으로, 신성화되는 머리로
파우스트의 신에게 백기를 든다
꽃의 숙명을 닮아가는 지는 잎들의 절규로
잠들지 못하는 어둠의 입은 하품을 치고 있다
유일한 출구는 어둠으로 빚은 찬란한 거울 속 미로
부식 당하지 않는 어제의 말들을 출력해낸
나는 여전히 들키지 못한 역모자
조연급의 꽃들이 여기저기에서 고소장처럼 피어나고 있다
붉은 도장처럼 펄럭이는 꽃의 입을 먼저 처단해 버린다
사실상 나는 결백한 죄인
현기증에 젖은 꽃잎처럼 삶의 절정을 매번 놓치고마는 불감증 환자
허망한 욕정이 묻은 두 손으로 저지르는
수음으로 허기를 모면했을지라도
아삭아삭 나를 갉아먹고 있는 시계초침 소리로
파우스트의 신은 나를 진료 중일지라도
비명처럼 부서지고 벽화처럼 정지되어버리는 나는
지옥의 르네상스를 지금도 그리워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견공 시리즈 神과 나 그리고 토비(견공시리즈 8) 이월란 2009.07.27 289
710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709 우렁각시 이월란 2009.07.27 294
708 립싱크 (lip sync) 이월란 2009.07.27 283
707 괄호 속에서 이월란 2009.07.27 316
706 병물과 물병 이월란 2009.07.27 267
705 골탕 이월란 2009.07.27 263
704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703 제3시집 마루타 알바 이월란 2009.06.17 506
702 사막식당 이월란 2009.06.17 442
701 똥파리 이월란 2009.06.17 328
700 제3시집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 2009.06.17 317
» 어둠의 입 이월란 2009.06.10 311
698 비렁뱅이 어사또 이월란 2009.06.10 531
697 나의 로미오 이월란 2009.06.10 340
696 gocks들 이월란 2009.06.10 386
695 견공 시리즈 토비의 나라(견공시리즈 7) 이월란 2009.06.10 338
694 견공 시리즈 견공은 결코 웃지 않으신다(견공시리즈 6) 이월란 2009.06.10 342
693 E.R. 하나님 이월란 2009.06.06 320
692 영매(靈媒) 이월란 2009.06.06 345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