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이월란(09/07/28)
그녀에 대한 나의 그리움이 이토록 끈질기리라
언질 한 번 준적 없는 그녀가 보고플 때면
울컥울컥 가슴장터에 오일장이 선다
바람의 유곽을 짓고 허물던 지아비 토닥여
쌈짓돈으로 집을 늘리던 그녀는
평화시장 오일장을 악동처럼 쏘다녔다
세월의 후미진 과수원에서 홍옥같은 추억으로
좌판을 벌이던 사람들사이로
그녀는 여전사처럼 행진했다
조무래기 입들을 간수하는 여두목처럼 활보했다
그녀의 가격흥정은 철천지원수의 목을 치듯 단호해서
소반 위에 얹혀질 적장의 목처럼 댕강 잘려지는 에누리는
동토의 바람처럼 모질기도 하여서
다신 따라나서지 않으리라 생심을 내어도
쭐래쭐래 따라나서던 그녀의 오일장터
엄마는 가장 용맹스런 장수였다
나의 꿈과 현실을 번갈아 매수하던 노련한 거간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