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이월란(09/08/04)
날빛에 걸린 뜸부기 뜸북
뜸북 아롱무늬 햇살을 뚫을 때쯤
반구를 객지처럼 떠도는 저 여름새들 울 때쯤
발목이 잠기고
무릎이 빠지고
가슴이 흥건하여 허우적댈 때쯤
갈대숲 지나
젖지 않는 물 속같은 길을
다시 걸어가고
다시 걸어오고
이번엔 뛰어갔다 오고
그러다 날아갔다 오는
나를 끌고 산을 넘어
길 위의 길이 다 닳아 없어질 때쯤
이제사 정수리가 따끈따끈해져오는
눈 앞이 다 젖어오는
이 둥근 하루 해
긴
긴 날
그 기다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