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모라꼿
이월란(09/08/03)
봄이 혁명처럼 오듯
종말의 연습처럼 오렴
시간의 다리가 성큼성큼 나를 건너 뛸 때마다
태초의 땅을 흉내내어도 좋지 않겠니
사랑을 몰라도 이다지 부유로워진 땅
눈 밖의 바람이 마음 속으로 쳐들어오듯
나의 텍스트를 덮어버리는 고요한 삽화처럼
광란의 춤으로 쓰러진 무희처럼
직무유기를 동반한 쓸어냄의 방식으로
노천광장을 꿈꾸는 무지한 바람의 속성으로
국지성 호우를 동반한 폭풍 모라꼿
눈 앞에서 질주한다 핸들이 휘청이도록
북방으로 머릴 쳐든 나처럼
태풍은 늘 북상 중
별들의 맥박이 풀리기 전
내 열등한 삶의 수단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