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7
어제:
306
전체:
5,023,090

이달의 작가
2009.08.29 06:50

겨울 갈치

조회 수 601 추천 수 4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갈치



이월란(09/08/29)



눈 오는 밤을 하얗게 견디고
맵싸한 양념처럼 칠십 평생 육질에 스민 붉은
김장독, 그 속엔
한 땐 바다와 한 몸이었을 펄떡이는 세월로 묻힌
은갈치 몇 마리 뼈째 삭고 있었지
그녀가 나고 자란 해안선을 닮은 화단 속에
뭍에도 바다를 심는 어미근성으로
물엽맥 같은 심줄마저 시린 해조음에 익어가던 갈칫살
번득이는 비늘 한 조각 없던 그녀의 알몸처럼
그리움도 한스러움도 마른 땅위에 해감내처럼 익어
해면을 차고 오른 은빛 물결 띠는
그 때도 꿈 같아라
피라밋처럼 쌓여있던 배추들은
그녀, 온 생애의 가을걷이처럼 높고 성스러워
버무린 세월 속 수건 두른 삶의 허리가 뻐근해지는
혹한의 문을 열고 나가 한 포기씩 꺼내주시던 나의 유년은
절절 끓는 아랫목에 시린 발을 들이민 것만큼이나 저린 것이라
김장도 없이 묻은 장독도 없이
갈치 한 조각 꺼내먹는 중년의 가을에도
어제인 듯 그제인 듯 결코 얼지 않는 겨울 강을 헤치고
버릇처럼, 백악기의 화석 같은 어미를 꺼내 먹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84 숲의 함성 이월란 2010.10.29 502
83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82 금치산녀 이월란 2009.08.29 503
81 山人, 船人, 그리고 詩人 이월란 2010.05.21 503
80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79 레테의 강 이월란 2011.07.26 508
78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77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76 꿈꾸는 발 이월란 2010.02.12 511
75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1
74 피카소 시집 이월란 2009.10.29 512
73 나의 통곡은 이월란 2010.04.18 516
72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71 발칸의 장미 이월란 2010.01.07 518
70 형이상학의 본질 이월란 2010.07.19 519
69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0
68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67 그리운 이에게 이월란 2010.09.20 526
66 그녀의 펌프질 이월란 2009.04.17 527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