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1
어제:
276
전체:
5,025,583

이달의 작가
2009.09.29 11:48

마른 꽃

조회 수 37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른 꽃



이월란(09/09/26)
  



미니장미처럼 발목이 잘린 채 밀폐용기로 걸어 들어갔다 하루 종일 우박 같은 실리카겔이 하늘에서 내리고 나는 색모래 늪 속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세상은 끊임없이 마르고 있었다 밀봉당한 세월 속에서 누군가 건조제를 계절처럼 바꿔주었다 이상하게 목이 마르지 않았다 산꽃들은 다투어 멸종되고 몸에서 실리카겔을 눈처럼 털어내는데 두 눈이 비릿하게 젖어 있었다 자명종 울리는 하늘 아래 사막도 아닌 곳에 타이머의 맥박이 뛰면


이슬과 바람 사이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
바삭, 순간이 박제되는 소리


나는 다시 시작되었다 전자렌지에서 환생한 실리카겔이 다시 하늘에서 내리고 밀봉된 세월 속에서 마침내 모양도 빛깔도 정지되어버린 꽃이 되었다 고운 심이 박힌 표본이 되어 액자 속에 곤충처럼 누워 있다 유리병 속에 인형처럼 서 있다 습기 없는 사람들은 향목처럼 부드러운 염을 하고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었다 젖지 않아도 되었다 앗, 움직이자 손가락 마디 하나가 꽃비처럼 부서져 내렸다 유리벽 너머 나의 향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5 허물벗기 이월란 2009.04.05 294
684 우렁각시 이월란 2009.07.27 294
683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682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4
681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680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679 진화 이월란 2009.11.11 295
678 염색 이월란 2011.05.10 295
677 마중물 이월란 2008.05.09 296
676 가을소묘 이월란 2008.05.10 296
675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674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673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672 디카 속 노을 이월란 2009.07.27 297
671 공항대기실 이월란 2008.05.09 298
670 바람을 낳은 여자 이월란 2008.05.18 298
669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668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667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666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