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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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9.29 11:48

마른 꽃

조회 수 387 추천 수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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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꽃



이월란(09/09/26)
  



미니장미처럼 발목이 잘린 채 밀폐용기로 걸어 들어갔다 하루 종일 우박 같은 실리카겔이 하늘에서 내리고 나는 색모래 늪 속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세상은 끊임없이 마르고 있었다 밀봉당한 세월 속에서 누군가 건조제를 계절처럼 바꿔주었다 이상하게 목이 마르지 않았다 산꽃들은 다투어 멸종되고 몸에서 실리카겔을 눈처럼 털어내는데 두 눈이 비릿하게 젖어 있었다 자명종 울리는 하늘 아래 사막도 아닌 곳에 타이머의 맥박이 뛰면


이슬과 바람 사이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
바삭, 순간이 박제되는 소리


나는 다시 시작되었다 전자렌지에서 환생한 실리카겔이 다시 하늘에서 내리고 밀봉된 세월 속에서 마침내 모양도 빛깔도 정지되어버린 꽃이 되었다 고운 심이 박힌 표본이 되어 액자 속에 곤충처럼 누워 있다 유리병 속에 인형처럼 서 있다 습기 없는 사람들은 향목처럼 부드러운 염을 하고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었다 젖지 않아도 되었다 앗, 움직이자 손가락 마디 하나가 꽃비처럼 부서져 내렸다 유리벽 너머 나의 향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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