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語
이월란(09/09/29)
나를 바라보던 안타까운 시선 하나 내게 바친 조언
어차피 넘지 못할 국경, 기웃거리기엔 너무 높다
더 이상 죽은 말들은 쓰지 마라
내 몸에 붙어 있는 말의 시체들을 떼어내며
난 얼굴이 화끈거리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오랜 세월 마른 꽃처럼 무게 없는 이 말들은
언제 죽었을까
아니 언제 죽임을 당한 것일까
멀쩡한 말들을 왜 고향 사람들은 죽였을까
누구는 애 업은 여자와 오입을 했다더니
나는 죽은 말들과 외로운 넋을 섞고 살았다
그래도 멀티 오르가슴을 심심찮게 느꼈으니
죽은 말들이 내게로 와 환생한 것임에 틀림없다
비밀이 고이는 최후의 보루는 침실
원시인의 체취를 향수처럼 뿌리며
기발한 카타르시스의 체위를 모색하는 나는
오랑캐의 변방에서 며칠 유숙하는 신세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