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토비 (견공시리즈 38)
이월란(09/10/09)
토비를 가슴에 눕혀두고
책을 읽으면
나비잠 자는 토비의 심장이
파닥파닥
내가 읽은 활자를 따라 읽는다
심장을 노크하며
열렸다 닫혔다 마주치는 맥박
한 장 한 장 무게 없는 세월처럼
넘어가는 책장 사이로
내가 읽고 있는 것은
나를 두드리는 타인의 맥
하얀 가운을 입은 토비가
진료실 같은
가슴팍에 노을처럼 떠 있다
청진기처럼 가는 팔을 두르고
동맥의 벽을 따라 음파를 읽는
토비 선생님은 내가 정상이란다
그렇게 뛰고 있으라 한다
문맥 없이도
활자처럼 뛰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