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4
어제:
276
전체:
5,025,576

이달의 작가
2009.10.24 15:31

수목장

조회 수 363 추천 수 1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목장(樹木葬)



이월란(09/10/24)
  


뼛가루가 수액으로 흐르는 나무들이 있다 한다
가을이 와도 떨어지지 않는

죽은 자들의 이름표를 잎사귀 대신 달고
비명(碑銘)을 응시하며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 한다
사체 위에 꽃을 피우는 잔인한 정원
영구차 같은 계절이 다녀갈 때마다
영혼의 옷을 갈아입는 곳
뿌리로 만지는 유골마다 추억을 빨아올리며
사자(死者)의 재로 숨 쉬는 나무들
내세의 안락으로 헛배 부른 봉분 대신
무성한 숲이 전생의 밤을 불러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산목숨들은
나무가 되어 숲으로 같이 운다 한다
나는 살아 있고 나무는 죽어 있던 땅
내가 죽어서야 나무들이 걸어 다닌다 한다
맑아진 피가 수액으로 도는
나무들이 넋으로 날아다닌다 한다
잠시 뿌리내린 땅, 사심 한 점 꽃피지 않은
마른가지로도 평안히 그늘 한 뼘
키워내게 되었다 한다
밤새워 별빛의 소나기를 맞고
울긋불긋 피 끓는 대지의 가을이 와도
이제야 식어 내리는 더운 피
땅만 가리키던 열손가락
그제야 하늘 향해 뻗고 싶어
나무가 되었다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 사랑 8 이월란 2009.01.15 280
424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423 포츈쿠키 이월란 2009.01.15 284
422 걸어오는 사진 이월란 2009.01.13 342
421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420 비의 역사 이월란 2009.01.07 300
419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273
418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417 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2009.01.02 271
416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 이월란 2009.01.02 731
415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414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2008.12.26 418
413 소포 이월란 2008.12.26 269
412 풍금(風禽) 이월란 2008.12.26 258
411 라일라* 이월란 2008.12.19 253
410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409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408 타짜 이월란 2008.12.19 315
407 손님 이월란 2008.12.19 278
406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