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4
어제:
276
전체:
5,025,576

이달의 작가
2009.11.11 11:47

미역국

조회 수 452 추천 수 2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역국




이월란(09/11/08)




오랜만에 미역국을 끓여 혼자 사흘 째 먹고 있다
산모처럼


느거 엄마도 너 낳고 미역국 묵었제
내세울 것 없는 농땡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던지던
중학교 국사선생님의 독설이 미역처럼 둥둥 뜬다


울 엄마도 날 낳고 미역국을 드셨겠지
내가 흡혈귀처럼 빨아 마신 당신의 피가
미역 한 줄기로 맑아지고 또 맑아지다 마침내 투명해져
전신이 눈물로만 도셨겠지


시골 조산원 온돌방마다
전투의 상흔처럼 부른 배를 이불 속에 숨기고
패잔병처럼 누워 있던 예비 산모들
전리품 같은 아이를 옆에 뉘고서야 포상처럼 받아 마시던
그 바닷말, 바다의 말


한 번씩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퍼먹고서
분내나는, 발가벗은 아기를 안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 뱃속이 휭하니 비어버린 해산어미 같은 가슴이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이
신생의 두 눈동자 속에 뜬금없이 새겨져 있을 것만 같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06
424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2 1 이월란 2014.10.22 578
423 바람과 함께 살아지다 이월란 2012.01.17 511
422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421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317
420 바다몸 이월란 2009.04.14 270
419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7
418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417 밑줄 이월란 2008.05.10 270
416 밀수제비 이월란 2009.12.31 389
415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414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 미역국 이월란 2009.11.11 452
412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343
411 미리내 이월란 2008.05.10 234
410 미로학습 이월란 2013.05.24 235
409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309
408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407 미련 이월란 2009.09.04 331
406 미래로 가는 키보드 이월란 2010.01.19 472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