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274
전체:
5,025,169

이달의 작가
2010.01.04 13:53

실비아, 살아있는

조회 수 344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실비아, 살아 있는



이월란(09/12/30)



나의 머리는 한 번도 생각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죠
나의 가슴은 한 번도 사랑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죠


잃어버린 가슴을 관통하는 시의 행간들을 먹고 살았어요
눈부신 빨래 뒤에는 때에 절은 일상이
강의실 뒤에는 아이 울음소리에 성급히 넘겨버린 책장이
나의 시들을 다시 읽어주고 있네요
당신의 바람은 천국의 아이를 배고 있다네요
사랑은 사랑할 때까지만 사랑이에요
그리곤 새들이 물어가 버리죠
꽃들이 앗아가 버리죠
당신의 아이들을 태우고 바닷가로 갔어요
파도마저도 나를 버리더군요
크리스마스 트리 위에 아이가 만든 천사를 세워 두고
잠든 아이들을 위해 세상의 마지막 아침을 구워요
아이들의 잠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테잎으로 문틈을 봉하구요
백치의 질식을 꿈꾸어요 사랑에 미친 냉혈한을 꿈꾸어요
한 번도 나를 받아주지 않았던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비극은 살아있다는 것
광기의 벼랑으로 떨어지는 생명을 받아 먹고
끝끝내 나를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그 세상이
이제야 내 속으로 갇히고 있네요



* 실비아 : 크리스틴 제프 감독의 영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 시를 먹고 사는 짐승 이월란 2009.08.13 331
404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403 시야(視野) 이월란 2008.09.04 246
402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401 시제(時制) 없음 이월란 2009.05.04 282
400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399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398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397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338
396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395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394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393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392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 실비아, 살아있는 이월란 2010.01.04 344
390 실종 2 이월란 2008.07.25 234
389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388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387 아가페 미용실 이월란 2009.08.13 534
386 아멘족 1 이월란 2010.01.07 473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