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9
어제:
276
전체:
5,025,501

이달의 작가
2010.01.13 08:00

통싯간

조회 수 440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통싯간



이월란(10/01/12)



똥을 싸면 ‘통’ 하며 떨어지고
오줌을 싸면 ‘시’ 하며 나오잖아
그래서 통시라며 깔깔 웃던 유년의 목젖이 닳도록
내가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엔 여성용, 남성용, 이란 팻말도 없다
이월란의 문학서재란 팻말만 붙어 있다
오직 나만이 들어가 쌀 수 있는 곳이다
아무도 퍼내어주지 않지만 넘치지도 않겠다
초현대문명이 만들어 놓은 밑빠진 독이다
들어가면 별짓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방 앞엔 다리를 베베 꼬며 줄 서 있는 사람들도 없건만
나는 똥오줌 지리기 직전의 계집아이처럼 발발 떨다
꼬리뼈 앞뒤를 두 손으로 꼭 여미고 뛰어들어가기 일쑤다
여기저기 지려 놓는다면 방을 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먹은 것도 변변찮은데 싸지 않으면 안될까
괄약근을 조이며 행갈이를 시도하지만 줄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배꼽이 묘하게 꼬이는 듯 기분이 나빠질 땐
어린 날 달걀귀신이 산다던 뒷간처럼 변기 위에 두 발을 올리고 앉아
통, 시, 하며 싸지르고 싶어진다
(지나친 상상은 치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만병을 부르는 숙변처럼 똘똘 뭉친 덩어리가 엉덩짝에 똥물이라도 튀긴다면
대체 뭘 먹고 생긴 난해한 것들인지 가려서 먹어야겠다 싶고
똥인지 오줌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것들이 물총 쏘듯 발사되는 날이면
제대로 된 것들을 먹고 살아야지 싶어 머리가 뱃속처럼 슬퍼진다
화장지를 손수건만큼 떼어내어 눈물처럼 찔끔,
고등한 포유동물의 호박씨 묻은 밑구멍을 닦아내면
으깨어진 시어들이 내 코 앞에서 마지막 지린내를 톡, 쏜다
어느 지하벙크에선 영광스럽게도 나의 똥을 가지고 잠시
노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놀고나서 손들이나 제대로 씻었는지
똥은 건드릴수록 구린내만 난다
뭘 또 얼마나 싸질러 두었나 심심한데 이나 잡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코를 쥐고 한 번씩 기웃거려 보지만
얼굴 두꺼워진지 오래다, 니네는 안싸고 사니?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25 조회 이월란 2011.12.14 267
924 떠 보기 이월란 2011.12.14 254
923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922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 2011.10.24 407
921 사이버 게임 이월란 2011.10.24 360
920 조연 이월란 2011.10.24 350
919 주머니 속 돌멩이 이월란 2011.10.24 496
918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917 어둠과 나무 이월란 2011.10.24 396
916 고해 이월란 2011.10.24 299
915 당신도 시인 이월란 2011.10.24 278
914 궁상 이월란 2011.10.24 263
913 회귀 이월란 2011.09.09 314
912 중간 화석 이월란 2011.09.09 313
911 떠난다는 것 이월란 2011.09.09 268
910 고인 물 이월란 2011.09.09 270
909 아이스크림 차 이월란 2011.09.09 380
908 젖니 이월란 2011.09.09 248
907 공존 이월란 2011.09.09 222
906 마른꽃 2 이월란 2011.07.26 34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