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싯간
이월란(10/01/12)
똥을 싸면 ‘통’ 하며 떨어지고
오줌을 싸면 ‘시’ 하며 나오잖아
그래서 통시라며 깔깔 웃던 유년의 목젖이 닳도록
내가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엔 여성용, 남성용, 이란 팻말도 없다
이월란의 문학서재란 팻말만 붙어 있다
오직 나만이 들어가 쌀 수 있는 곳이다
아무도 퍼내어주지 않지만 넘치지도 않겠다
초현대문명이 만들어 놓은 밑빠진 독이다
들어가면 별짓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방 앞엔 다리를 베베 꼬며 줄 서 있는 사람들도 없건만
나는 똥오줌 지리기 직전의 계집아이처럼 발발 떨다
꼬리뼈 앞뒤를 두 손으로 꼭 여미고 뛰어들어가기 일쑤다
여기저기 지려 놓는다면 방을 빼라고 할 수도 있겠다
먹은 것도 변변찮은데 싸지 않으면 안될까
괄약근을 조이며 행갈이를 시도하지만 줄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배꼽이 묘하게 꼬이는 듯 기분이 나빠질 땐
어린 날 달걀귀신이 산다던 뒷간처럼 변기 위에 두 발을 올리고 앉아
통, 시, 하며 싸지르고 싶어진다
(지나친 상상은 치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만병을 부르는 숙변처럼 똘똘 뭉친 덩어리가 엉덩짝에 똥물이라도 튀긴다면
대체 뭘 먹고 생긴 난해한 것들인지 가려서 먹어야겠다 싶고
똥인지 오줌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든 것들이 물총 쏘듯 발사되는 날이면
제대로 된 것들을 먹고 살아야지 싶어 머리가 뱃속처럼 슬퍼진다
화장지를 손수건만큼 떼어내어 눈물처럼 찔끔,
고등한 포유동물의 호박씨 묻은 밑구멍을 닦아내면
으깨어진 시어들이 내 코 앞에서 마지막 지린내를 톡, 쏜다
어느 지하벙크에선 영광스럽게도 나의 똥을 가지고 잠시
노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놀고나서 손들이나 제대로 씻었는지
똥은 건드릴수록 구린내만 난다
뭘 또 얼마나 싸질러 두었나 심심한데 이나 잡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코를 쥐고 한 번씩 기웃거려 보지만
얼굴 두꺼워진지 오래다, 니네는 안싸고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