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창녀*
이월란(10/01/27)
세상이 버린 늙은 창녀같은
작살 맞은 고래 한 마리 떠오르는 바다
내 안에 들어와 전구처럼 불 밝히는 당신을 사타구니에 차고선
바다를 먹고 사는 저 파타고니아 해변 가득
빛으로 지은 집을 짓고 바닷속을 환히 비추며 살고 싶었네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바다의 살갗 위로 벗은 가슴이 출렁일 때마다
늙은 고래의 임종처럼 뜨는 노을마저 품고 싶었네
땅끝 마을 깊숙이
라플라타 강을 먹고 자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비린내마저 묻고
꿈틀대는 선창 가득 반도네온의 스타카토로
끝나지 않는 탱고를 추고 싶었네
눈먼 포주같은 세상 속에서도
나의 바다엔 어젯밤과 같은 물이 고여
바닷속처럼 온갖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운명처럼 지나가겠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다가 보이는 창을 내고
늘 이렇게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어
늘 이렇게
그리움의 조수도 높은
그녀의 질속 같은 저 바다처럼
* 루이스 푸엔조 감독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