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의 여행
이월란(10/01/28)
지중해라고 찍힌 티켓을 사고 바다라고 찍힌 비행기를 타면 돼 소라고둥같은 심장을 싣고 바람의 울음소리를 타고 가는거야
너의 심장으로 기꺼이 추락하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니 눈모서리에 모은 잔주름같은 물결 위로 바람처럼 일어섰다 스러지는 파도가 보이니
아침의 외로움과 저녁의 그리움이 뜨는 해와 지는 해처럼 서로 마주 볼 때, 정오의 햇살처럼 높아만지는 저 허기가 보이니
매일 팔딱이는 목숨 위에 그리 살가운 주인도 못되어, 방치해둔 넋을 어둠 속에서 응시하다 보면 동공처럼 커지던 단절의 꿈이 이제야 보이니
관념에 목이 졸리고서야 토해내는 부끄러운 진실이 끼니 때마다 밥을 안치는, 오막집마다 신열이 올라 추락한 별처럼 반짝이는 낯빛이 보이니
갈대처럼 한 시절 살다가며 제풀에 꺾이는 길목마다 외투깃을 세우던 눈먼 바람이 보이니 줄장미처럼 우리, 손잡아야 반짝 핀다는데 나는 손이 마른 꽃
숲으로 무성해진 바다 위에 빼곡히 벌목당한 나무들의 신음이 보이니 서로의 간절함을 저 물 속에 빠뜨리고 집시의 강 하류에서 흘러넘쳐 온 물내음이 보이니
정말 보이니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