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9
어제:
259
전체:
5,025,971

이달의 작가
2010.03.05 13:56

관(棺)

조회 수 453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관(棺)



이월란(10/03/04)



모새땅 건너고 멧발 넘어가야 하는 그 거리가
30 센티미터 앞 모니터로 앞당겨진지 오래인 삶
디디엑스 영상 속에 누군가 누워 계시다
다급히 익힌 얼굴들의 검은 상복으로
슬픔마저 각진 프레임으로 서 있고
자동카메라는 고장이 난 듯
피사체와의 거리 조절이 안된다
이름 새긴 화환들조차 관 속인 듯 땅 위에 누워 있다
굴건 쓴 유족들의 흐느낌은 지금 막 방음되었다
공지사항으로 떠오른 부음은 언젠가 새벽녘에
급히 꾸어버린 꿈 같다
영정사진 속 얼굴이, 언제였던가
앨범 속 사진 속에서 내 옆에 서 계시던, 그 분이다
거실 책장의 목질을 닮은 저 사각의 관
살아 있는 먼지를 눈처럼 맞고 있는
하루하루의 손때를 견디어 온 낡은 가구를 버린 후
이제 막 새로 들여 놓은 중후한 장식장을 닮았다
눈 감는 장인의 마지막 세공인 듯 완숙하다
나의 미래가 눈 감고 누워 있는
거대한 보석상자를 닮은 저 하중은
공전과 자전으로 쉬이 돌아가는 땅덩이처럼 무겁다
산자들의 마지막 손에 흔들려 이미 시구문을 벗어났을
열쇠가 있어도 다신 열리지 않을 저 목궤 속
세월의 흙이 타인의 발자국으로 다져지겠고
이름 없는 잡초가 눈을 틔우기도 하겠고
파헤쳐진 붉은 토양은 다시 초록 잔디로 푸르겠다
내가 언젠가 잃어버릴 보석 하나
매장 당한 빛으로라도
그렇게, 잊혀진 듯 반짝이고 있겠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5 아이스크림 차 이월란 2011.09.09 380
344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343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342 명절 목욕탕 이월란 2008.12.19 381
341 착각 이월란 2010.06.18 381
340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339 집 밖의 집 이월란 2011.05.10 381
338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337 마르티넬라의 종 이월란 2009.10.29 383
336 사랑과 이별 이월란 2010.08.08 383
335 눈사람 이월란 2010.11.24 383
334 기아바이 이월란 2009.02.14 384
333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332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331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330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5
329 무례한 사람 이월란 2008.05.08 385
328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85
327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85
326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