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棺)
이월란(10/03/04)
모새땅 건너고 멧발 넘어가야 하는 그 거리가
30 센티미터 앞 모니터로 앞당겨진지 오래인 삶
디디엑스 영상 속에 누군가 누워 계시다
다급히 익힌 얼굴들의 검은 상복으로
슬픔마저 각진 프레임으로 서 있고
자동카메라는 고장이 난 듯
피사체와의 거리 조절이 안된다
이름 새긴 화환들조차 관 속인 듯 땅 위에 누워 있다
굴건 쓴 유족들의 흐느낌은 지금 막 방음되었다
공지사항으로 떠오른 부음은 언젠가 새벽녘에
급히 꾸어버린 꿈 같다
영정사진 속 얼굴이, 언제였던가
앨범 속 사진 속에서 내 옆에 서 계시던, 그 분이다
거실 책장의 목질을 닮은 저 사각의 관
살아 있는 먼지를 눈처럼 맞고 있는
하루하루의 손때를 견디어 온 낡은 가구를 버린 후
이제 막 새로 들여 놓은 중후한 장식장을 닮았다
눈 감는 장인의 마지막 세공인 듯 완숙하다
나의 미래가 눈 감고 누워 있는
거대한 보석상자를 닮은 저 하중은
공전과 자전으로 쉬이 돌아가는 땅덩이처럼 무겁다
산자들의 마지막 손에 흔들려 이미 시구문을 벗어났을
열쇠가 있어도 다신 열리지 않을 저 목궤 속
세월의 흙이 타인의 발자국으로 다져지겠고
이름 없는 잡초가 눈을 틔우기도 하겠고
파헤쳐진 붉은 토양은 다시 초록 잔디로 푸르겠다
내가 언젠가 잃어버릴 보석 하나
매장 당한 빛으로라도
그렇게, 잊혀진 듯 반짝이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