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이월란(10/03/02)
한국마켓에 갔더니 얼마 전에 바뀐 새 주인이
계산대 앞에서 깜찍한 말을 한다
사러 올 땐, 산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사질 않지? 그런단다
솔직한 마음이 커다란 눈망울 만큼이나 선하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상고배였던거다
살 땐 비싸다고 투정하고 팔 땐 밑진다고 투정하는
흥정바치였던거다
팔면 더 팔고 싶고 사면 더 사고 싶은
간사한 거간꾼의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내 손과 남의 손을 저울 위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흥정의 마음은 누구에게서 배워 온 것일까
마켓 문을 열고 나오는데 귀에 익은 장사꾼 하나
내 속에서 궁시렁댄다
산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