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6
어제:
156
전체:
5,020,217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10.02.21 07:15

언어의 섬

조회 수 470 추천 수 4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언어의 섬



이월란(10/02/19)



핀 어 같은 해저의 암호가 떠오른 것이다
바다가 결코 해독해내지 못하는
무성필름에, 새겨진 자막처럼 떠 있어
절망의 정부처럼 거적을 쓰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독설만 먹고도 가라앉지 않는 이 눈부신 부력
감추고 싶은 바다의 하체가 가슴까지 떠오른 것이다
결박당한 물의 사슬들이 밤새워 끊어지는 소리
허구의 영토를 적시고 또 적시는 것이다
미친 해풍이 뒤통수를 후려치더라도
길 잃은 바람의 신호등처럼 간간이 피어 있는
섬꽃들은 뭍이 그립지도 않은 것이다
자객처럼 뛰어드는 통통배 한 척 없어도
격랑의 발언조차 그늘의 영토가 되는 무인의 섬
바람이 물 위를 걸어와 전설 한 마디씩 던져주고 가는데
멀어지는 넋도 한 번씩 뒤척여 보는 흙의 몸이 되고파
바다의 음부가 유방처럼 솟아 오른 것이다
두려워라, 고립되어버린 질탕한 이 자유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처럼
파도가 말을 걸어와도 알아듣지 못한다
바다가 말을 걸어와도 대답이 없다
꽃의 철망이 자라는 유배지는 밤마다 별빛의 축배를 들고
바다가 뜯기는지 섬이 뜯기는지
출렁이던 비극이 딱지처럼 앉아 있는 이 자리
한 번씩 수정된 알들을 바다 깊숙이 빠뜨리면
부서져 돌아오는 이름, 이름들 사이로
바다 속 섬아기들이 열매처럼 자라는 소리
수평선을 잘라 만든 문장들이
하늘과 바다를 다시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멸종당한 물고기들이 환생하는 쥐라기의 바다처럼
바다의 탈을 쓰고 두근두근 밤새 춤추는 섬
매일 아침 백지로 눈을 뜨는 것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1 영시집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0.03.13 403
950 영문 수필 My Unconditional Best Friend, Toby 이월란 2010.03.13 3203
949 관(棺) 이월란 2010.03.05 453
948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947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946 견공 시리즈 빛으로 샤워하기(견공시리즈 57) 이월란 2010.03.05 390
945 견공 시리즈 설거지하는 토비(견공시리즈 56) 이월란 2010.03.05 394
944 주차위반 이월란 2010.02.28 442
943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942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80
941 사루비아 이월란 2010.02.28 436
940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373
939 영문 수필 Revenge 이월란 2010.02.28 507
»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937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936 제3시집 이월란 2010.02.21 391
935 VIP 이월란 2010.02.21 401
934 춤추는 살로메 이월란 2010.02.21 424
933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932 영문 수필 Children’s Online Protection Law 이월란 2010.08.08 369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