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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2.21 07:14

이혼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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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꿈



이월란(10/02/18)



신혼 초에 나는 착한 이혼을 꿈꾸었었다
왜냐하면, 나는 뜯기 좋은 돼지갈비를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데
그는 두부만 넣은 김치찌개만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었다
돼지갈비를 벌레 보듯 하는 그의 눈 앞에서
나는 꿈틀거리는 벌레를 쫄깃쫄깃 씹으면서 선량한 이혼을 꿈꾸었었다


30대에도 난 얌전한 이혼을 꿈꾸었었다
왜냐하면 나는 CNN 뉴스가 보고 싶은데
그는 풋볼게임을 보다가 채널을 돌리면 골프고
또 채널을 돌리면 농구고 또 채널을 돌리면 야구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성적인 이혼을 꿈꾸고 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누군가가 내게 명령하고 간섭한다는 것이
순간 순간 끔찍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갸륵한 꿈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면
인류는 간단히 멸종했을 것이다


지구는 건재하다
악랄한 이혼을 꿈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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