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엄마
이월란(10/02/12)
오랜만에 동태찌개를 끓인다
토막친 채로 얼었다 녹은 것들을 씻는데
몸통의 두붓살 같은 깔끔한 내장을 씻어내고 보니
대가리만 개수대 옆에 달랑 남아 있다
이걸 버릴까 말까 순간의 딜레마 속에서 눈알을 굴리는데
불쑥 나타나 혀를 차시는 저승의 엄마
이 대가리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한기라
대가리들이 제대로 굴러야 세상국물도 시원해지고
동그란 눈이 그대로 붙어 있는
동태 대가리를 흐르는 물에 씻는데
붉은 혀가 임종의 언어로 굳어 있다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순간 혀에서 잘린 그 말은
태어의 엄동설한이 화염으로 녹아내리고
보글보글 간을 맞추는데 삶겨버린 허연 눈동자를 치켜 뜨곤
벌어진 입속에 선명히 붙어 있는 혀가 자꾸만 말을 한다
동태보다도 더 차갑게 얼었다
더 뜨겁게 끓다 가신 동태엄마의 잔소리
이 대가리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한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