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4
어제:
276
전체:
5,025,576

이달의 작가
2010.06.07 12:23

헌혈카페

조회 수 472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헌혈카페


이월란(10/06/06)
  


한 방울
뽑아선 커피잔에 떨어뜨렸다
원두의 혈액은 아메리카노포비아의 메뉴판 위에서
다분히 이국적이다
취향대로 조절되는 카페인처럼
피도 눈물도 말라버린 커피의 땅
잎겨드랑이에 흰 꽃이 핀다는 아프리카의 나무도
적도가 척추처럼 걸쳐 있다는 검은 대륙의 분꽃도
더 이상 관상적이지 못하다
여과기에 담겨 열탕으로 진이 빠지는 가루처럼
에스프레소의 소꿉 같은 도기잔 속에서
서로의 피가 엉겨 붙는다
노폐물을 운반하기엔 너무 붉었던 날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세월로
수혈을 감당하기에 우린 너무 느렸었다
피가 솟는 정수리를 맞대고도 우린 너무 식어 있었다
골육 사이에 뻗친 남다른 친화력처럼
썩는 살점으로도 서로를 휘감아야만 피가 돌았다
고갈되어버린 천생의 효소처럼
비이커에 담긴 발효 원액처럼 숙성 중이라 여겼다
우리, 감염된 서로의 지병을 생태계의 질서로나마 헤아려 둘까
커피를 마시고 나서 오줌이 마렵던 시절을 지나오면
몸 밖에 테이블을 내놓고 의자들을 다 내어놓아도
손님이 들지 않아
피가 마렵고, 가을이 마려워지는
가슴 속 노천카페에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 이별모습 이월란 2008.05.08 333
44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43 그가 사는 도시 이월란 2008.05.08 336
42 방황 이월란 2008.05.08 326
41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40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39 또 하나의 얼굴 이월란 2008.05.08 414
38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37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36 알기나 아니? 이월란 2008.05.08 373
35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34 이월란 2008.05.08 322
33 차라리 이월란 2008.05.08 311
32 착각 이월란 2008.05.08 324
31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30 가을의 뒷모습 이월란 2008.05.08 389
29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28 꽃샘추위 이월란 2008.05.08 393
27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26 악몽 이월란 2008.05.08 446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