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6
어제:
225
전체:
5,032,885

이달의 작가
2010.06.12 03:29

붉은 전사

조회 수 458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붉은 전사


이월란(10/06/10)


중년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떡하니 퇴직을 해버리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남편이 서서히, 아니 교묘히 돌변했다
이건 울 엄마가 만든 거니까 내가 먹을거야
넌 친정김치나, 하선정김치나, 전주김치 같은 걸 먹어
저 간사한 화상을 보겠나
내 입맛일랑은 열녀문 아래 고이 묻어두고
저 늙은 마마보이의 입맛을 죽여줘야 한다
마늘 내 푹푹 나는 명동 칼국수집 김치 같은 붉은 전사들로
땡스기빙 휴가철이면 연중행사로 김장을 하시던 시어머니
유타의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서 손을 호호 불며 장화를 신고
소금에 절인 배추와 하루 종일 전투를 치렀던 나였다
만삭의 배로 쪼그리고 앉아
산더미 같은 무채 앞에서 강판을 휘두르던 나였다
무는 왜 그렇게 무겁고 미끄럽던지
엄마, 맛있네, 맛만 봐드려도 오냐, 우리 새끼, 하시던 엄마를 그리며
옛 조선여자들의 애환까지 끌어안고 삶의 투지를 불태우던 나였다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나는 붉은 전사가 되었다
견뎌낸 강 훈련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이건 내가 만든 거니까 나만 먹을거야, 맘에도 없는 유세를 떠는데
맛을 보더니, 울 엄마가 만든 건 니가 다 먹어, 찌개를 끓이든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504 비의 역사 이월란 2009.01.07 300
503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502 비온 뒤 이월란 2010.04.13 491
501 비섬 이월란 2008.05.30 283
500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499 비밀일기 이월란 2010.01.23 376
498 비밀 이월란 2009.03.21 263
497 비말감염 이월란 2010.08.22 597
496 비렁뱅이 어사또 이월란 2009.06.10 531
495 비꽃 이월란 2008.05.09 475
494 브레인스토밍 이월란 2010.02.12 324
» 붉은 전사 이월란 2010.06.12 458
492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491 불치병 이월란 2008.05.08 310
490 불씨 이월란 2008.05.10 263
489 불시착 이월란 2009.01.22 265
488 불면증 이월란 2014.06.14 310
487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373
486 불가사의(不可思議) 이월란 2008.05.08 355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