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5
어제:
353
전체:
5,022,842

이달의 작가
2010.06.12 03:29

붉은 전사

조회 수 453 추천 수 4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붉은 전사


이월란(10/06/10)


중년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떡하니 퇴직을 해버리자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남편이 서서히, 아니 교묘히 돌변했다
이건 울 엄마가 만든 거니까 내가 먹을거야
넌 친정김치나, 하선정김치나, 전주김치 같은 걸 먹어
저 간사한 화상을 보겠나
내 입맛일랑은 열녀문 아래 고이 묻어두고
저 늙은 마마보이의 입맛을 죽여줘야 한다
마늘 내 푹푹 나는 명동 칼국수집 김치 같은 붉은 전사들로
땡스기빙 휴가철이면 연중행사로 김장을 하시던 시어머니
유타의 매서운 겨울 날씨 속에서 손을 호호 불며 장화를 신고
소금에 절인 배추와 하루 종일 전투를 치렀던 나였다
만삭의 배로 쪼그리고 앉아
산더미 같은 무채 앞에서 강판을 휘두르던 나였다
무는 왜 그렇게 무겁고 미끄럽던지
엄마, 맛있네, 맛만 봐드려도 오냐, 우리 새끼, 하시던 엄마를 그리며
옛 조선여자들의 애환까지 끌어안고 삶의 투지를 불태우던 나였다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매고 나는 붉은 전사가 되었다
견뎌낸 강 훈련은 과연 헛되지 않았다
이건 내가 만든 거니까 나만 먹을거야, 맘에도 없는 유세를 떠는데
맛을 보더니, 울 엄마가 만든 건 니가 다 먹어, 찌개를 끓이든지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85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884 병신춤 이월란 2010.02.12 458
883 외계인 가족 이월란 2010.08.22 457
882 꽃담배 이월란 2012.04.10 457
881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880 왼손잡이 이월란 2008.05.07 455
879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5
878 사인 랭귀지 이월란 2010.01.19 455
877 딸기방귀 이월란 2010.04.05 455
876 피사의 사탑 이월란 2010.04.23 455
875 관(棺) 이월란 2010.03.05 453
» 붉은 전사 이월란 2010.06.12 453
873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872 미역국 이월란 2009.11.11 452
871 이별이래 이월란 2010.07.09 452
870 그림자 숲 이월란 2010.08.08 452
869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868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867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866 질투 2 이월란 2011.01.30 45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