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1
어제:
231
전체:
5,025,734

이달의 작가
2010.06.18 01:37

유령 블로그

조회 수 408 추천 수 4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유령 블로그


이월란(10/06/17)


거미가 되어 줄을 치러 가요
조막만한 아바타는 면상 가득 숨을 쉬고
발자국들이 찍어 놓은 아라비아 숫자는
비밀계좌의 잔고처럼 상승의 꿈을 꾸고 있네요
손익었던 방은 천국처럼 낯설지만
손마디 몇 번 까딱이면 활자가 되고
손목 몇 번 조아리면 문장이 되네요
눈먼 하루가 무성영화처럼 끝없이 돌아가고 있어
자막 한 줄 넣었다 내가 먼저 지우고 나오지요
정지되어버린 자막 속에 내 이름 같은 타인의 이름
절지동물의 다리로 절름대며 다가가지요
날개와 더듬이로 진득진득한 추억의 실을 내어
기억의 벌레 하나 잡아먹고 나와요
주정하듯 알을 슬어도 제자리에서 멀쩡히 부화되는 것들
나는 몰라요
겹눈 하나 없이 허깨비를 보기도 하는 데요
책장처럼 겹쳐진 폐서肺書의 주름 사이로도 나는
굳건히 살아내고 있지요
내가 친 그물 사이로 나방처럼 파닥이는 사지는 바로 나 였어요  
구속해버렸다고 여긴 범인이 유유히 사라지는 뒷모습
어디선가 본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거미줄에 목을 매어요
영원히 나를 모른다고 하세요, 제발
묻지 않아도 알고 있다며 믿고 살아요
줄도 수없이 많아지면 집이 되는지
결박된 줄 하나 풀어내어 걸어두고
익숙해져가는 지옥으로 다시 빠져 나오죠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5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330
284 우린 모르니까요 이월란 2008.05.10 318
283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89
282 운명을 고르다 이월란 2012.02.05 283
281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412
280 원죄 이월란 2008.05.10 235
279 원형나비 이월란 2008.05.09 329
278 위기의 여자 이월란 2009.06.06 488
277 위선 이월란 2008.05.09 273
276 이월란 2010.02.12 360
275 유럽으로 간 금비단나비 이월란 2008.05.09 370
» 유령 블로그 이월란 2010.06.18 408
273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272 유언 이월란 2012.04.10 232
271 유정(有情) 이월란 2008.07.30 270
270 유턴 4 이월란 2016.09.08 202
269 유혹 이월란 2012.05.19 265
268 은혜 이월란 2008.07.17 203
267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266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