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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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0.09.06 02:23

편지 4

조회 수 353 추천 수 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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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4


이월란(2010/08)


꽃이 피길래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습니다
단풍이 들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눈이 오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
그냥 밥만 먹었는데도 낳아보니
손발 달리고 얼굴 가진 인간의 아기였듯
엄마라 부르기에 엄마가 되었듯
그리고 또 해가 바뀌었을 때
새 해 첫 날, 숫자 하나 바꿔 쓰면 그만이었듯

말없이 사랑이 되고
말없이 이별이 되었듯

가고 오는 것들은 무례하게도 경계를 모릅니다
어리둥절 바보 같음은 갈수록 더합니다
앉아 있다 고개 들고 보면 해가 지고 별이 떠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로 가지 않고
가슴에서 주저앉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길눈이 자꾸만 어두워집니다
기초 없이 시작한 삶의 언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또 봄이 오면
꽃이라 쓰고 꽃이라 읽겠습니다
가슴 붉어지면
단풍이라 쓰고 단풍이라 읽겠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얼어버리면
눈이라 쓰고 눈이라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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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존

  2. 젖니

  3. 그림자 숲

  4. 홍옥

  5. 매일 짓는 집

  6. 제목이 뭔데

  7. 비말감염

  8. 저격수

  9. 바람개비

  10. 난청지대

  11. 그대의 신전

  12. 외계인 가족

  13. 연옥

  14. 여름산

  15. 반지

  16. 사랑밖에

  17. 편지 4

  18. 해체

  19. 묘지의 시간

  20. 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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