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
어제:
204
전체:
5,032,916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6

즐거운 설거지

조회 수 367 추천 수 4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2011-5)


배불러 방치해 둔 식기처럼
목이 타고 구석구석 메말랐을지 몰라
굳어 딱딱해진 밥풀처럼 이젠 배불릴 수 없어
때 지난 양식처럼 먹다 흘린 것들이
철지난 옷가지처럼 구석구석 붙어 있는데
장맛비처럼, 폭포수처럼, 강물처럼 내리는
생의 수압을 그렇게라도 견뎌내고 싶었는지 몰라
얼마나 건전한 자해인지
철제 수세미로 깎아내는 치석 같은 싱크대의 치부로
칼끝으로 긁어내야만 하는 이음새 사이사이
변기로 갈 것들이 선입견처럼, 가식처럼 붙어
곡선과 직선의 중간선으로 구워낸 식기들은
현악기와 타악기의 중간음으로 파열의 경고음을
서툰 손이 닿을 때마다 암호처럼 보내오는지 몰라
알뜰히 기생 중인 앙금까지
유유히 부유 중인 기름때까지
철저히 수거 중인 분리의 달인이 되어
마른 식탁을 차리면 다시 젖은 것들을 올려 놓아야지
담아 보았지만, 아무것도 담아보지 않았던 과거로의
회귀전선, 앞으로 그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태초의 생산라인으로 되돌려 보내는  
미지의 세계로 입장하는 순간, 쨍그랑
설거지 끝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 벌레와 그녀 이월란 2009.08.29 365
404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403 초콜릿의 관절 이월란 2010.01.04 365
402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40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400 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2009.01.31 366
399 경계인 2 이월란 2009.06.01 366
398 죽어도 싸다 이월란 2010.05.25 366
397 맛간 詩 이월란 2010.10.29 366
396 사랑을 아니? 봄을 아니? 이월란 2008.05.09 367
395 과수원댁 이월란 2009.10.08 367
» 즐거운 설거지 이월란 2011.05.31 367
393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392 늪이어도 이월란 2009.09.04 368
391 기억과 사진 이월란 2010.05.21 369
390 유럽으로 간 금비단나비 이월란 2008.05.09 370
389 청연(淸緣) 이월란 2008.05.09 370
388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387 야누스 이월란 2010.02.12 370
386 그리움이 이월란 2010.12.26 370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