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4
어제:
276
전체:
5,025,536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0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5 고시생 커플룩 이월란 2010.05.21 594
744 섬 2 이월란 2010.05.21 407
743 픽션과 논픽션 이월란 2010.05.21 499
742 기억과 사진 이월란 2010.05.21 369
741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740 낯선 곳에 가면 이월란 2010.05.18 475
739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39
738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737 마음의 병 이월란 2010.05.18 409
736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735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734 P.O.W. 이월란 2010.04.27 436
733 어린 결혼 이월란 2010.04.27 413
732 피사의 사탑 이월란 2010.04.23 455
731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730 잃어버린 詩 이월란 2010.04.23 347
729 주중의 햇살 이월란 2010.04.23 330
728 그리움 5 이월란 2010.04.23 364
727 매핵기(梅核氣) 이월란 2010.04.23 382
726 피터 팬 증후군 이월란 2010.04.18 520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