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9
어제:
463
전체:
5,065,599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9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1 천국에서 온 메일 이월란 2011.07.26 329
1290 꽃신 이월란 2011.07.26 289
1289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23
1288 견공 시리즈 오역(견공시리즈 108) 이월란 2011.07.26 307
1287 포츈쿠키 이월란 2011.07.26 256
1286 나이 이월란 2011.07.26 251
1285 기회는 찬스다 이월란 2011.07.26 263
1284 영문 수필 Stress and Coping 이월란 2011.07.26 80215
1283 영문 수필 The Limits and Adaptations of Marginal People 이월란 2011.07.26 293
1282 영문 수필 Ethnographic Fieldnotes of Utah-Korean 이월란 2011.07.26 301
1281 영문 수필 Who am I? 이월란 2011.07.26 397
1280 영문 수필 Became an Optimist 이월란 2011.07.26 5639
1279 영문 수필 Gratitude Journal 이월란 2011.07.26 284
1278 영문 수필 Empathy Exercise 이월란 2011.07.26 77170
1277 영문 수필 Nonverbal Effectiveness 이월란 2011.07.26 24380
1276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4
1275 요코하마 이월란 2011.05.31 742
1274 그대가 머문 자리 이월란 2011.05.31 921
1273 제로니모 만세 이월란 2011.05.31 370
»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 2011.05.31 349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