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리뷰
이월란(2011-4)
대강 추려낸 줄거리는 이랬다
재심리의 과정처럼 새로 밝혀질 것 없는
진부한 결말 속에
딱 꼬집어낼 수 없는 산만한 진실과
어슬렁거려도 조급해지던 날들을
지탱하고 있는 건 수수깡 같은 속셈에 불과했다
팔색조의 날개가 비릿하게 시드는 소리는
누군가의 모함이라 습관처럼 여겼다
누군가 닻을 내려도
다시 어디선가 불어오는 무지갯빛 항로
증식할수록 모호해지는 유연관계 속
사족이 대칭으로 마주보며 우습게도 서로를 질투했다
여전히 성체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참다운 유년의 소화기를 붙들고
체벽을 타고 오르는 배부른 가식으로
부풀어 오르면 둥둥 떠다닐지도 모르는
나는 체강동물로 태어났었다
늘 비어 있는 그 곳은 매일 아침
가득 채워지는 꿈으로 시작되고
시시각각 계산 없이 순응하는 부위는
잘라내어도 아프지 않은
내 것이어도 헤아려지지 않는 머리칼뿐이었다
내가 건너온 이별의 강들은 모두
태중의 데자뷰였고
머물 수도, 채울 수도 없는 세상과의 행간
에서 오늘도 예절 바르게 부당거래 중인
나의 태명은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