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불
이월란(2011-4)
휘발성 짙은 계절 속에서
타다닥 봄 타는 소리 들리면
작은 화재 사건들 앞으로
119처럼 달려온 사람들의
사이렌 같은 눈빛
소각된 기억들이 소생하면
무덤 앞에서 피는 미소처럼
발밑에 불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빙점 아래서 숨 쉬던 근원을 보듯
짓궂은 장난 같지 않은 한 송이 운명
꿈속의 증인처럼 반기며
비등점 너머로 끓어 넘치는
화염 한 줌 꺾어오는 순간
머리칼에 불붙는 순간
미연에 방지될 수 없어
화로 속에 꽂아두는 이
아름다운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