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 만세
이월란(2011-5)
보호지와 불모지 사이에는 언제나 동명이인이 산다 타임머신을 타고 부활한 영웅은 작전에 성공했다 수시로 불발된 토벌 작전으로 일행은 모조리 몰살당했지만 사람은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는 것, 아파치의 혈전을 간간이 표절하며 살아온 착한 역사는 암기당해야 하는 마른 눈으로만 읽히고 있다 거울의 방에서 치러낸 각종 조약들은 모험을 통해서만 태어나는 영웅과 원수가 피부 한 껍질 차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강산이 변하는 경계마다 배후를 묻어 놓은 땅은 기름지기 일쑤였고 계곡을 달리던 모카신의 미로를 따라 유목의 피는 불사조처럼 요새를 벗어났다 원수가 영웅이 되는 날 다시 떠오를, 수장시켜버린 테러 두목의 추는 몇 파운드였을까 수시로 뭉치기에는 향수병이 최고다 그들은 무엇의 존속을 위해 정예병력으로 둔갑했나 세포벽보다 더 넘기 쉬운 국경을 따라 소프트웨어 게임 속의 낙하병들이 적지로 뛰어내릴 때마다 외친다는데, 영혼을 삭제당한 “제로니모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