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9
어제:
338
전체:
5,022,048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0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5 다녀간 사람들 이월란 2008.05.10 368
744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116
743 다음 페이지 이월란 2010.09.26 431
742 다이어트 이월란 2008.05.10 271
»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 2011.05.31 340
740 단풍 이월란 2008.05.10 253
739 단풍 이월란 2008.10.14 198
738 단풍 2 이월란 2008.05.10 267
737 단풍론 이월란 2010.07.09 442
736 단행본 이월란 2008.10.31 208
735 달거리 이월란 2009.01.31 294
734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733 당신 이월란 2008.05.07 394
732 당신 때문에 꽃이 핍니다 이월란 2012.01.17 438
731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730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729 당신도 시인 이월란 2011.10.24 278
728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727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390
726 당신은 지금 이월란 2009.10.05 256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