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7
어제:
259
전체:
5,026,089

이달의 작가
2011.05.31 07:37

단지, 어제로부터

조회 수 340 추천 수 3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단지, 어제로부터  


이월란(2011-5)


걸어 다니지 않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내외하듯 비낀 시선 사이로 그것들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거라 여겼다면 꽃대 같은 내 몸이 한 순간에 한 자리에서 훅 지더라도 그다지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내 속에서 앓다 진 것들이 어디 한 두 잎이라야 말이지

진 것들은 하나 같이 총알 같아서 녹슨 탄피처럼 박혀 구석구석 파상풍을 퍼뜨리고 있는데 총질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총질 한 번 당해 본 적 없었다는 사실, 외상도 없었을 뿐더러 사망률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

그러고도 주머니 많은 옷만 골라 입은 날따라 달달한 것이 당기는 걸 보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주머니 가득 탄피처럼 쌓이는 외로움만 지천이야 일편단심 팔딱팔딱 뛰는 푸른 정맥 같은 길을 따라가면 불치의 날들마저 모두 퇴원해버린 병동 아래 반듯이 눕게 되는 거라

한 박자 놓치면 절대 공연되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한 순간 놓치면 절대 탈 수 없는 환승역에서, 환산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살지 않으면 때마다 배가 고파오는 나조차 환산해 주지 않는 곳에서 멀리

아주 멀리 간 후에 넌지시 건너다본다면 꿈의 부레가 둥둥 떠다니는 적도의 바다 가운데서 기억을 합성하는 순간, 조작되는 순간, 영원한 오류로 재생될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깜빡깜빡 “당신의 미래는 지금 버퍼링 중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5 어떤 사랑 이월란 2008.05.10 243
284 스페이스 펜(Space Pen) 이월란 2008.05.10 326
283 물 위에 뜬 잠 2 이월란 2008.05.10 338
282 푸른언어 이월란 2008.05.10 249
281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은퇴예배 이월란 2008.05.10 313
280 여행 이월란 2008.05.10 204
279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278 사랑하다 미쳐라 이월란 2008.05.10 332
277 만개(滿開) 이월란 2008.05.10 225
276 나를 지쳐 이월란 2008.05.10 228
275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297
274 원죄 이월란 2008.05.10 235
273 말발 끝발 이월란 2008.05.10 281
272 겨울새 이월란 2008.05.10 276
271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360
270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307
269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5.10 285
268 사랑 6 이월란 2008.05.10 227
267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266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Board Pagination Prev 1 ...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