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6
어제:
338
전체:
5,022,045

이달의 작가
2011.10.24 01:09

주머니 속 돌멩이

조회 수 496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머니 속 돌멩이


이월란(2011-10)


새 옷을 살 때마다 주머니가 딸려온다
주머니 같은 건 필요도 없다고 우기고 또 우겨도
여기저기, 앞뒤로, 속주머니까지 달려 있다
그 주머니마다 작은 돌멩이 하나씩이 들어 있는데
맘에 드는 옷일수록 더 묵직하다
물론 꺼내서 버리면 곧바로 다시 생겨난다
누가 넣어 두는 걸까, 웬 시답잖은 장난질
그래서 옷마다 하중이 잔뜩 늘어나 있다
붉은 옷은 붉은 옷대로
푸른 옷은 푸른 옷대로
검은 옷은 검은 옷대로
단풍처럼 물든 돌멩이가 만지작거리는 손바닥까지
울긋불긋 물을 들여놓기 일쑤다
주머니 속에 이뿐 것들을 넣어 둘 때마다
돌멩이가 거치적거린다
옷을 벗거나 입을 때 그리고 걸을 때나 뛸 때마다
내 이뿐 것들을 툭툭 치거나 긁어놓을 것이다
캄캄한 주머니 속을 시시각각 들여다 볼 수가 없으니
무슨 사단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한 번씩 무심히 또는 습관처럼 주머니 속으로
손을 들이밀 때마다 작심한 듯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이다
사돈의 팔촌의 장례식에 가는 날
그 혹은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그 작은 돌멩이에 맞아서 죽었다든가
혹은 밟고 엎어졌다든가
혹은 차버리다가 뒤로 벌렁 넘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깊고도 어두운 그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돌멩이 때문에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주머니 속 돌멩이 이월란 2011.10.24 496
824 주망(蛛網) 이월란 2008.05.09 349
823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은퇴예배 이월란 2008.05.10 313
822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290
821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820 졸개 이월란 2010.06.28 375
819 조회 이월란 2011.12.14 267
818 조연 이월란 2011.10.24 350
817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33
816 제목이 뭔데 이월란 2010.08.22 433
815 제로섬(zero-sum) 이야기 이월란 2008.05.10 386
814 제로니모 만세 이월란 2011.05.31 364
813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812 젖니 이월란 2011.09.09 248
811 접싯밥 이월란 2009.01.19 280
810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809 젊은 영감 이월란 2012.04.10 243
808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807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806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