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돌멩이
이월란(2011-10)
새 옷을 살 때마다 주머니가 딸려온다
주머니 같은 건 필요도 없다고 우기고 또 우겨도
여기저기, 앞뒤로, 속주머니까지 달려 있다
그 주머니마다 작은 돌멩이 하나씩이 들어 있는데
맘에 드는 옷일수록 더 묵직하다
물론 꺼내서 버리면 곧바로 다시 생겨난다
누가 넣어 두는 걸까, 웬 시답잖은 장난질
그래서 옷마다 하중이 잔뜩 늘어나 있다
붉은 옷은 붉은 옷대로
푸른 옷은 푸른 옷대로
검은 옷은 검은 옷대로
단풍처럼 물든 돌멩이가 만지작거리는 손바닥까지
울긋불긋 물을 들여놓기 일쑤다
주머니 속에 이뿐 것들을 넣어 둘 때마다
돌멩이가 거치적거린다
옷을 벗거나 입을 때 그리고 걸을 때나 뛸 때마다
내 이뿐 것들을 툭툭 치거나 긁어놓을 것이다
캄캄한 주머니 속을 시시각각 들여다 볼 수가 없으니
무슨 사단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한 번씩 무심히 또는 습관처럼 주머니 속으로
손을 들이밀 때마다 작심한 듯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이다
사돈의 팔촌의 장례식에 가는 날
그 혹은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그 작은 돌멩이에 맞아서 죽었다든가
혹은 밟고 엎어졌다든가
혹은 차버리다가 뒤로 벌렁 넘어졌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깊고도 어두운 그 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작은 돌멩이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