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