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7
어제:
276
전체:
5,025,569

이달의 작가
2011.10.24 01:09

조연

조회 수 350 추천 수 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조연


이월란(2011-10)


주연의 옆을 지나가기만 한다
잠시 앉아서도, 쳐다보아서도 안 된다
얼굴을 다 보여주어서도 안 되며, 아주 자연스럽게
그저 움직이는 배경이 되어야만 한다
출생이나 역사적인 배경처럼
훗날까지 휘둘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어야 한다
시간적이거나 공간적인 배경처럼
필연적인 조건이 아니어야 한다
나무 뒤의 배경이 노을이어야 한다면
얼굴 한 번 붉히면 그만이었고
집 뒤의 배경이 푸른 강물이어야 한다면
파랗게 질린 가슴으로 흘러주면 그만이었다
맡겨진 역할은 극의 전개에 결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표정 없는 건물들처럼, 흔들리다 지는 들꽃처럼
입장하는 순간도 퇴장하는 순간도 결코 편집되지 않는다
그러다
주연도, 출연진도 모두 머리 숙이는 순간이 있었다
정면으로 확대된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이 있었다
모르는 세상의 모든 시선들마저 고정되던 순간
대사 한 줄 없이 오래 오래 그를 비추었다
영정사진이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04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103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102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101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00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99 편지 3 이월란 2010.07.19 374
98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97 평론의 횟감 이월란 2010.04.13 399
96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95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94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93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92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91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90 포옹 이월란 2012.02.05 318
89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88 포츈쿠키 이월란 2009.01.15 284
87 포츈쿠키 이월란 2011.07.26 249
86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