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3
어제:
276
전체:
5,025,505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1

집배원 실종사건

조회 수 40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04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103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102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101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00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99 편지 3 이월란 2010.07.19 374
98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97 평론의 횟감 이월란 2010.04.13 399
96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95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94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93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92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91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90 포옹 이월란 2012.02.05 318
89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88 포츈쿠키 이월란 2009.01.15 284
87 포츈쿠키 이월란 2011.07.26 249
86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Board Pagination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