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3
어제:
180
전체:
5,032,352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1

집배원 실종사건

조회 수 40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5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6
1024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1023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1022 노을 5 이월란 2021.08.16 55
1021 마스크 이월란 2021.08.16 55
1020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57
1019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1018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9
1017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1016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64
1015 접속 이월란 2021.08.16 68
1014 홀수의 미학 이월란 2021.08.16 74
1013 토르소 이월란 2021.08.16 89
1012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011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100
1010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100
1009 야경 이월란 2015.03.30 106
1008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110
1007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1006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