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2
어제:
338
전체:
5,022,021

이달의 작가
2011.10.24 01:11

집배원 실종사건

조회 수 407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집배원 실종사건


이월란(2011-10)


폭우 속에서 집배원이 사라졌다
대기 중 수증기가 세월처럼 식어
삶의 열기처럼 엉겨 맺히는 동안
그에게 신발을 사서 신겨 주던 사막 같은
마른 땅위의 주소들은 하나씩 획을 버리고 있었겠다
주룩주룩 비가 긋기 시작했을 때쯤에는
얼룩진 지상의 발자국들이 담담히 물길을 터 주었겠고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모퉁이마다
산 자들의 의문처럼 뿌연 흙탕물이 차올랐겠다
세파에 시달린 행정구역들은 물속에서 다시 재정비되었을까
그가 헛디딘 지상의 길은
물밑에서 거꾸로 흐르던 길 밖의 길
미처 전하지 못한 편지 몇 통이 홈빡 젖었을 때
일정치 못했던 번지수는 그제야 거처를 정하였을까
흙더미 속으로 내일이 쓸려가던 그 날
진흙으로 하늘의 집을 초벽 하던 그 날
매일 주소를 찾아 헤매던 습관으로
한시가 급한 전보처럼
그는, 자신을 배달하고야 말았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5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510
864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499
863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862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322
861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341
860 이월란 2008.05.10 271
859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85
858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7
857 바람아 이월란 2008.05.10 306
856 고통에 대한 단상 이월란 2008.05.10 277
855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854 손끝 이월란 2008.05.10 260
853 바람의 길 3 이월란 2008.05.10 264
852 마(魔)의 정체구간 이월란 2008.05.10 280
851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850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849 사는게 뭐래유? 이월란 2008.05.10 287
848 홍엽 이월란 2008.05.10 318
847 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이월란 2008.05.10 340
846 천(千)의 문 이월란 2008.05.10 306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