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9
어제:
225
전체:
5,032,858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4

식물인간

조회 수 335 추천 수 5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식물인간


이월란(2013-5)


초록 호르몬이 핏줄을 타고 도는
꽃받침 같은 시트 위에 누워 있어요
동물과 식물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동물은 마음이 변하는 데로 옮겨 다니지만
식물은 옮겨 다니지 않아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을 찢어 먹지만
식물은 햇살로 하얀 밥을 지어서 먹어요
가끔씩 나의 분비물도 다시 비벼 먹지요
두 눈꼬리가 흘린 눈물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입술을 타고
두 귀로 다시 들리기도 하구요
세포벽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니까요
어금니에 물린 바짓가랑이 같은
꽃도 무거워 잠시 내려놓았어요
힘센 짐승들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사냥에 지칠 때면
언제라도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난
이 자리에 있을 거니까요
아주 적절한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이 필 거에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 시를 먹고 사는 짐승 이월란 2009.08.13 331
404 시스루룩(see through look)의 유물 이월란 2009.07.27 390
403 시야(視野) 이월란 2008.09.04 246
402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401 시제(時制) 없음 이월란 2009.05.04 282
400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399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398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397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338
396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394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393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392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391 실비아, 살아있는 이월란 2010.01.04 344
390 실종 2 이월란 2008.07.25 234
389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388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387 아가페 미용실 이월란 2009.08.13 534
386 아멘족 1 이월란 2010.01.07 473
Board Pagination Prev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