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5
어제:
183
전체:
5,020,486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4

식물인간

조회 수 335 추천 수 5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식물인간


이월란(2013-5)


초록 호르몬이 핏줄을 타고 도는
꽃받침 같은 시트 위에 누워 있어요
동물과 식물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동물은 마음이 변하는 데로 옮겨 다니지만
식물은 옮겨 다니지 않아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을 찢어 먹지만
식물은 햇살로 하얀 밥을 지어서 먹어요
가끔씩 나의 분비물도 다시 비벼 먹지요
두 눈꼬리가 흘린 눈물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입술을 타고
두 귀로 다시 들리기도 하구요
세포벽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니까요
어금니에 물린 바짓가랑이 같은
꽃도 무거워 잠시 내려놓았어요
힘센 짐승들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사냥에 지칠 때면
언제라도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난
이 자리에 있을 거니까요
아주 적절한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이 필 거에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85 눈 오는 날 이월란 2014.10.22 217
984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 2014.10.22 205
983 빈집 이월란 2014.10.22 187
982 바람이었나 이월란 2014.08.25 183
981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980 통곡의 벽 이월란 2014.06.14 242
979 불면증 이월란 2014.06.14 310
978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06.14 537
977 길고양이 이월란 2014.05.28 348
976 열쇠 이월란 2013.05.24 347
975 칭기즈칸 이월란 2013.05.24 386
974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973 책이 있는 방 이월란 2013.05.24 352
»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971 세월 3 이월란 2013.05.24 290
970 미로학습 이월란 2013.05.24 235
969 그는 지금, 이월란 2012.08.17 398
968 3293 이월란 2012.08.17 345
967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966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