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2
어제:
306
전체:
5,022,945

이달의 작가
2013.05.24 02:25

책이 있는 방

조회 수 353 추천 수 5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책이 있는 방


이월란(2013-5)


아무와도 닮지 않은 거울 앞에서
무뇌한 공기는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
경악할 일도 감동할 일도 없는
활자들은 문장이 되지 못한다

책장을 넘기던 사람들은
죽어갈 때만 한 줄씩의 문장을 남긴다
결코 거래되지 못할 유작만을 꽂아두는
바람의 손가락은 빠르다

편집되지 못한 두 입술로
율법처럼 서 있는 당신을 보았을 때
나는 우상을 베고 누운 이단자가 되고
바깥이 그리운 아내가 되었다

내가 개입되자마자 함정이 파이던
모호한 풍경들을 읽어내기 위해
화려한 세간처럼 횡설수설 꽂힌 기억들
사실이 아닌 것만을 곱씹어 먹고 배가 불러 온
대가로 나의 변기는 지금도 향기롭다

정밀한 수단은 모조리 헛것이어서
속옷을 벗고 입는 소리만 누워 있는 침실 안에
차라리 빛나는 기교들이 숨어 있었다
방충망에 걸린 날벌레는
달작지근한 과육의 높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게 진즉 깔렸던 무수한 복선들은
현란한 화술로도 해명될 수 없어
나를 체처럼 받치고 걸러진 모든 오자들을 엮어
치밀어 오르는 침묵의 활자를
모국어처럼 읽으려 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5 하늘이 무거운 새 이월란 2009.12.09 417
64 하얀 침묵 이월란 2008.05.08 344
63 하지(夏至) 이월란 2009.08.06 280
62 한 마음 이월란 2010.10.29 364
61 한 수 위 이월란 2010.07.19 534
60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59 할로윈 나비 이월란 2010.11.24 395
58 할머니의 시간 이월란 2009.04.21 300
57 함박눈 이월란 2008.12.17 299
56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55 해동(解凍) 이월란 2009.01.13 308
54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53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36
52 해체 이월란 2010.09.06 381
51 해커 이월란 2009.04.22 291
50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49 행글라이더 이월란 2010.01.04 386
48 행복사냥 이월란 2008.05.09 354
47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87
46 향기로운 부패 이월란 2010.11.24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52